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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당뇨 관리] 제육볶음 대신 '두부조림'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 단백질 강박에서 벗어나기 (ft. 5년간의 보충제 섭취 후기)

발자취 | 건강 에세이

회사 구내식당 점심시간은 늘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다. 누군가에게는 오전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소소한 맛집 탐방의 시간일지 모르지만, 혈당을 관리해야 하고 불규칙한 교대 근무의 피로를 버텨야 하는 나에게는 매일이 선택과 절제, 그리고 타협의 시험장이다.

식판을 들고 배식대 앞에 서는 그 짧은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유혹과 싸운다. 갓 볶아낸 제육볶음의 매콤 달콤한 냄새, 윤기가 흐르는 흰 쌀밥, 마요네즈 범벅인 샐러드. 예전 같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식판 가득 채우고, “일하는 사람은 든든하게 먹어야지”라는 말 한마디로 스스로를 설득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당뇨라는 이름을 가진 불청객이 내 몸에 들어오고, 위장이 예민해진 뒤로는 점심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밥을 먹는 행위가 단순한 허기 채우기가 아니라, 내 몸을 지키는 방어 기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쌀밥, 북어국, 제육볶음, 두부조림, 샐러드, 데친 양배추, 김치.

전형적인 한국 직장인 점심 메뉴판 앞에서 나는 제육볶음 대신 두부조림을, 화려한 메뉴 대신 조금은 심심한 반찬을 고르게 되었다. 왜 하필 고기 대신 두부였을까. 그리고 왜 나는 한때, 근육을 키우겠다며 단백질 보충제를 아침·저녁으로 5년이나 먹었을까.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기록이자, 당뇨인의 단백질 섭취에 대한 깊은 반성문이다.

 

붉은 유혹 제육볶음, 담백한 두부조림을 만나다

 

식판을 들고 메인 반찬 코너에 섰을 때, 가장 먼저 시신경을 자극하는 건 역시 제육볶음이었다. 붉은 고추장 양념에 반짝이는 돼지고기, 양파와 함께 센 불에 볶아져 살짝 탄 듯한 불맛(Maillard reaction),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으면 딱일 것 같은 그 압도적인 비주얼.

‘단백질’이라는 단어만 떠올리면 무조건 고기를 집는 게 더 건강해 보이는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고기는 힘의 원천이고, 남자의 식사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구내식당 제육볶음의 맛은 고기의 질이 아니라 설탕, 물엿, 맛술, 그리고 다량의 정제된 식용유가 만들어내는 결과라는 걸 말이다.

한식 양념 속의 숨겨진 당분(Hidden Sugar)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제육볶음, 닭갈비 등의 붉은 양념 요리는 맵고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가정에서 조리할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단순당(설탕, 액상과당)을 사용한다. 특히 식당에서는 윤기를 내기 위해 물엿을 다량 첨가하는데, 이는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주범이다. 고기의 동물성 지방과 양념의 단순당이 결합하면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최악의 조합이 된다."

(출처: 당뇨병 식사 요법 및 임상영양학 가이드 재구성)

 

그 짧은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두 메뉴에 대한 냉정한 비교 분석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점심의 메인 반찬 분석: 제육볶음 vs 두부조림

비교 항목 제육볶음 (고추장 불고기) 두부조림 (두부 조림)
주재료 돼지고기 (지방이 포함된 전지/후지) 두부 (100% 식물성 단백질)
양념 베이스 고추장 + 다량의 설탕/물엿 + 고추기름 고춧가루 + 간장 + 소량의 설탕
혈당 위험도 높음 (지방+단순당의 시너지 효과) 낮음~중간 (단백질과 식이섬유 위주)
섭취 유도 밥을 비벼 먹게 만들어 탄수화물 과잉 유발 두부 자체의 포만감으로 밥 섭취 감소
나의 선택 과감히 패스 (냄새만 즐김) 주메뉴로 선택 (평소보다 넉넉히)

오늘의 나는 그릇을 살짝 돌려 제육볶음 앞을 지나쳐 두부조림으로 손을 뻗었다. 고추기름이 둥둥 뜬 양념 사이에 담백해 보이는 두부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물론 두부조림이라고 완전히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간장, 고춧가루, 설탕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재료의 본질이 다르다. 재료의 중심은 지방이 낀 고기가 아니라 두부, 즉 식물성 단백질이다.

나는 밥 양을 평소의 3분의 2로 줄이고, 두부조림을 평소보다 두 조각 더 담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소화가 잘 되는 데친 양배추와 김치를 올렸다. 표면적으로 보면 작은 반찬의 변화지만, 당뇨를 가진 몸과 예민해진 위장 입장에서는 꽤 큰 차이가 된다.

 

단백질 신화의 이면: 우리는 정말 단백질이 부족할까?

 

단백질 이야기를 꺼내면 헬스장이나 유튜브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문한다.

“단백질은 많이 먹을수록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요?”

“탄수화물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배 터지게 먹으라고 하던데요?”

편의점만 가도 프로틴이라는 글자가 붙은 상품이 넘쳐난다. 단백질 음료, 단백질 바, 단백질 과자, 고단백 요거트까지. 마치 대한민국 전체가 단백질 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금 당장 보충하지 않으면 근육이 녹아내릴 것 같은 공포 마케팅이 팽배하다.

하지만 영양학적 팩트는 의외로 소박하다. 보통 성인 기준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약 0.8g에서 1.0g 정도다. 체중 70kg인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 약 60g 내외면 충분하다. 이 정도 양은 우리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삼시 세끼를 정상적으로 먹으면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수치다.

일상 속 평범한 식사의 단백질 함량 분석

식품명 대략적인 단백질 함량 (1회 제공량 기준) 비고
두부 반 모 (150g) 약 12~14g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 포만감 우수
계란 1개 (특란) 약 6~7g 생체 이용률이 높은 완전 단백질
흰 쌀밥 한 공기 (200g) 약 6g 곡류에도 의외로 단백질이 포함됨
된장찌개 (건더기 포함) 약 5~8g 두부와 콩 건더기 섭취 시
고등어 구이 반 마리 약 20~25g 훌륭한 동물성 단백질 급원
하루 총합 예시 약 60~70g 별도의 보충제 없이도 권장량 충족
 

위 표에서 보듯, 아침에 계란 하나, 점심에 두부조림과 밥, 저녁에 생선 한 토막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은 가뿐히 넘어선다. 즉, 현대인에게 진짜 문제는 단백질 부족보다 단백질이 부족한 줄 알고 계속 추가하는 습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딸려오는 과도한 칼로리와 지방 섭취다.

 

당뇨인에게 고단백 식단은 양날의 검이다

당뇨 환자가 병원에서 가장 많이 듣는 조언 중 하나가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세요”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조심해야 할 진실을 품고 있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은 100번 옳지만, 단백질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장(콩팥) 건강 때문이다.

당뇨병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가 당뇨병성 신증이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신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가 손상되는데, 이때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신장에 엄청난 과부하를 건다. 단백질이 대사 되면서 생기는 질소 노폐물(암모니아, 요소)을 걸러내기 위해 콩팥이 쉴 새 없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신장학회의 만성콩팥병 식사 가이드

"신장 기능이 저하된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당뇨병성 신증 초기 단계에서는 과도한 고단백 식사(체중 1kg당 1.3g 이상)가 사구체 과여과(Hyperfiltration)를 유발하여 신장 기능을 더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고단백'보다는 양질의 단백질을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미세단백뇨가 검출되거나 사구체여과율(eGFR) 수치가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라면, 헬스 트레이너가 권하는 식단이 아니라 의사가 권하는 식단을 따라야 한다. 나에게 오늘 점심의 두부조림은 바로 내 콩팥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선택이었다.

5년 동안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며 깨달은 것들

나도 한때는 단백질 맹신론자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쉐이커에 단백질 가루를 타서 마시고, 퇴근 후 운동을 하든 안 하든 근손실이 올까 봐 습관적으로 또 마셨다. 그렇게 5년 가까이 살았다. 그때 내 머릿속 알고리즘은 단순했다.

“탄수화물 = 살찌고 혈당 오르는 나쁜 것.” “단백질 = 근육 되고 살 빠지는 좋은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서 이상 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첫째, 만성적인 소화 불량과 가스였다. 동물성 유청 단백질을 매일 두 번씩 들이부으니 장내 환경이 좋을 리 없었다. 늘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찼지만, 나는 그걸 건강해지는 과정(명현현상?)이라고 착각했다.

둘째, 가짜 안도감에 속았다. 보충제를 마시고 나면 "오늘 할 일 다 했다"는 생각에, 정작 식사 때는 채소를 덜 챙겨 먹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허용하게 되었다. 보충제가 면죄부 역할을 한 셈이다.

셋째, 성분표의 배신이었다. 어느 날 문득 보충제 통 뒤편의 성분표를 정독하게 되었다. 순수 단백질인 줄 알았던 그 가루 속에는 맛을 내기 위한 합성착향료, 인공감미료(수크랄로스, 아스파탐 등), 증점제, 그리고 알 수 없는 화학 첨가물들이 가득했다. 혈당 관리를 위해 설탕을 피한다면서, 정작 간에는 부담을 주는 화학 물질들을 매일 들이키고 있었던 것이다.

정기 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콩팥 수치가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단백질을 과하게 챙겨 드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라고 넌지시 말했을 때, 나는 5년 만에 쉐이커를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동물성 단백질 vs 식물성 단백질, 당뇨인의 선택은?

오늘 내가 제육볶음 대신 두부조림을 택한 것은 단순히 칼로리 때문만은 아니다. 단백질의 질(Quality) 출처(Source)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많은 연구들이 붉은 육류(Red Meat)의 과다 섭취가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과 연관성이 있음을 경고한다. 반면 콩이나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같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신장에 가해지는 과부하가 덜하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당뇨인이 알아야 할 단백질 급원 비교

구분 동물성 단백질 (제육볶음 등) 식물성 단백질 (두부조림 등)
주요 급원 소고기, 돼지고기, 가공육 콩, 두부, 된장, 견과류
장점 필수 아미노산 조성이 완벽함 포화지방이 적고 식이섬유 풍부
단점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높음 일부 필수 아미노산 부족 (상호 보완 필요)
신장 영향 사구체 내압을 높여 신장 부담 증가 신장 혈류 역학에 미치는 영향이 적음
당뇨 추천도 지방이 적은 부위로 적당량 섭취 매끼 적극적으로 섭취 권장
 

제육볶음은 동물성 지방과 당분 양념이 범벅된 고위험군 단백질이라면, 두부조림은 식물성 단백질에 약간의 양념을 더한 비교적 안전한 단백질이다. 당뇨인에게는 '얼마나 많이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완벽한 식단보다 중요한 '적당함의 미학'

오늘 점심 식판을 비우며 나는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예전처럼 단백질 그램 수를 계산하며 강박적으로 고기를 쑤셔 넣지도 않았고, 맛있는 제육볶음을 참았다는 억울함도 없었다. 그저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음식을 적당히, 그리고 감사히 먹었다는 충만함이 있었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나 헬스 유튜버들은 늘 극단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체중 1kg당 2g 이상 먹어야 근육이 큽니다." "탄수화물은 독입니다. 끊으세요."

하지만 그런 기준은 건강한 20대 운동선수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당뇨가 있고, 교대 근무로 생체 리듬이 깨져 있고, 소화력이 떨어진 40대 50대 직장인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그것은 건강법이 아니라 폭력이 된다.

중용(中庸)의 지혜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건강을 위한 식단도 마찬가지다. 부족함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과잉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몸은 더 많은 영양소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원한다."

 

단백질 강박을 내려놓고 나를 돌보는 법

 

예전의 나는 늘 불안해하며 묻곤 했다. "혹시 단백질이 부족해서 내 몸이 축나는 건 아닐까?"

지금의 나는 식판 앞에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혹시 너무 많이 먹어서 내 장기들을 혹사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아침·저녁으로 단백질 보충제를 5년간 챙겨 먹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제 식단은 훨씬 투박하고 소박해졌다. 화려한 쉐이커 대신 네모난 두부 한 모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자극적인 제육볶음 대신 슴슴한 두부조림이 내 밥상에 오른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몸의 감각은 지금이 훨씬 더 가볍고 편안하다. 혈당 스파이크가 줄어드니 식곤증도 덜하고, 신장 수치도 안정적이다.

오늘 점심, 혹시 당신의 식판 위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는가? 습관적으로 고기 반찬에만 손이 가지는 않았는가? 내일은 한 번쯤 화려한 고기 대신, 소박하지만 내 몸을 진정으로 위로해 주는 두부 반찬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단백질은 더 많이 채워 넣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내 몸의 균형을 맞추는 하나의 재료일 뿐이다. 부족한 게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적당해지는 중이다.


 

 



오늘의 한마디

"우리는 늘 부족함을 걱정하며 불안해하지만, 정작 현대인의 병은 대부분 과잉에서 온다. 진정한 건강 관리는 무언가를 더 채워 넣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넘치지 않게 멈출 줄 아는 '적당함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면책 고지

이 글은 개인 에세이로 의학적 진단이 아닙니다. 신장 기능 저하 등 특이사항이 있는 분은 무작정 따라 하지 마시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이에 따른 결과는 작성자가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