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 건강 에세이
기름 한 점 없는 사태살, 그것이 지금의 내 고기 선택이다. 나의 결정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내일을 위한 능동적인 선택이 되었다. 수많은 유혹 속에서 나만의 건강 루틴을 지켜내는 여정, 그 첫걸음을 지금부터 풀어내려 한다.
고기 한 점이 그리워지는 순간, 그리고 뼈아픈 진실

가끔 일직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돼지고기 구워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특히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에서 피어나는 고소하고 기름진 향은, 내 코끝을 자극하며 잠자던 식욕을 사정없이 깨운다. 그때마다 '삼겹살 한 점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파도처럼 올라온다. 그 유혹의 순간은 단순한 식욕을 넘어선, 과거의 자유로웠던 식습관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당뇨와 고지혈증이라는 두 개의 만성 질환을 안고 살아간다. 이 두 진단명은, 내게 있어 '기름'이 곧 '위협'이라는 뜻이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길거리의 고기 냄새는 더 이상 달콤한 유혹이 아니라, 내 건강을 위협하는 경고음처럼 들려온다. 먹고 싶은 욕구와 건강을 위한 이성이 매일 충돌하는 그 순간마다, 나는 후자를 선택해야만 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혈관에 새겨진 상처, 포화지방의 위험성
예전엔 삼겹살, 목살, 한우 등 구워 먹는 고기를 정말 좋아했다. 식단 관리는 늘 '내일의 숙제'로 미루어졌다.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고 난 다음 날은 "오늘은 좀 덜 먹어야지"라고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며칠을 가지 못했다. 그러다 혈당과 중성지방 수치가 함께 무섭게 오르던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당뇨가 있으면 혈관은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예요. 거기에 포화지방이 과도하게 더해지면 동맥경화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포화지방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범입니다."
— 대한당뇨병학회, 『2024 당뇨병 진료지침』 제7장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 (2024.03.18 발간)
의학적으로 볼 때, 돼지고기의 기름진 부위(삼겹살, 목살, 갈비 등)에 다량 함유된 포화지방(Saturated Fat)은 혈액 내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주범이다. 특히 삼겹살은 지방과 트랜스지방 함량이 모두 높아 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 줄 수 있다. 이 지방들이 혈관 벽에 침착되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되며, 이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그 이후로 내 식탁에서 삼겹살은 추억 속의 메뉴가 되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의 변화를 넘어선, 생활 방식 전체의 변화를 의미했다. 그것은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때로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건강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나는 매번 포기 대신 대안을 찾는 길을 선택했다.
‘기름 없는 고기’를 찾기까지의 험난한 여정
삼겹살을 끊고 나니 고기를 먹을 때마다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무슨 부위를 먹어야 하나?"
"기름기 없이도 만족감 있게 먹을 수 있을까?"
단백질 섭취는 근육량 유지와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이며, 특히 당뇨 환자에게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고기를 완전히 끊는 것은 해답이 아니었다.

닭가슴살을 넘어 돼지고기로
처음엔 모든 다이어트 식단의 정석처럼 닭가슴살로 버텼다. 하지만 건조하고 퍽퍽한 식감은 고기에서 오는 심리적인 만족감(Satisfaction)을 채워주지 못했다. 맛이 없는 식사는 결국 꾸준함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었다. '맛있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돼지고기의 앞다리살, 뒷다리살이었다.
삼겹살보다는 확실히 지방이 적었지만, 미세한 지방층과 특유의 잡내, 그리고 구웠을 때 느껴지는 기름기는 여전히 내 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혈당과 지질 수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 '미세한 기름기'조차 허용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기름이 가장 적은 돼지고기 부위를 집요하게 찾기 시작했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영양 정보를 탐색한 끝에 비로소 하나의 부위에 도달했다. 그것이 바로 사태살이었다.
사태살, 저지방 고단백의 현실적인 대안
사태살은 소의 사태처럼 돼지의 다리 부위에 붙은 살코기로, 지방이 거의 없고 질긴 힘줄이 있어 오래 삶아야 부드러워지는 부위다. 겉보기에 삼겹살처럼 화려하거나 마블링이 아름답진 않지만, 그 담백함이 오히려 장점이었다.
사태살의 영양 성분을 살펴보면, 왜 이 부위가 건강 관리자에게 '현실적인 대안'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는 안심살이며, 앞사태살·뒷사태살도 4%대 지방 함량으로 당뇨 및 고지혈증 환자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 특히 돼지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비타민 B1 함량이 월등히 높다."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돼지고기 부위별 영양성분 분석 결과』 (2023.10.27 발표) 및 식품 영양 성분 자료
나는 사태살을 찾은 후, 저지방 고단백이라는 조건을 갖춘 이 부위를 ‘건강한 고기 습관’의 핵심으로 삼았다.
나의 방식으로 균형 맞추기: '건강한 고기' 선언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단백질은 근육과 면역력 유지에 필수적인 필수 영양소이며, 특히 당뇨 환자는 혈당 관리를 위해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을 통한 충분한 포만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오히려 중성지방 수치를 높일 수 있어 고지혈증 관리에도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균형 잡힌 식단의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건강한 고기 섭취 방식’을 세웠다.
1. 조리법의 원칙: 무조건 '삶기' 또는 '찌기'
가장 중요한 것은 조리 방법이다. 나는 고기를 절대 굽지 않는다. 굽는 과정에서 고기의 지방은 고온에 노출되어 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추가적인 기름을 사용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 나의 사태살 수육 레시피
- 재료: 돼지고기 사태살 덩어리, 물, 대파, 마늘, 생강, 월계수잎 (기름을 철저히 배제)
- 과정:
- 사태살의 핏물을 충분히 뺀다.
-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대파, 마늘, 생강, 월계수잎을 넣어 잡내를 잡는다.
- 사태살을 넣고 약 1시간 30분 정도 푹 삶는다. (힘줄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 삶은 고기는 완전히 식혀서 얇게 썬다. (따뜻할 때보다 식혔을 때 기름이 더 잘 분리되며 담백하다.)
- 장점: 삶는 과정에서 남은 미세한 지방마저 물로 빠져나가며, 국물은 맑고 고기는 담백하고 부드러워진다. 소금 없이도 재료 본연의 맛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2. 섭취 빈도 제한과 균형 식단
심리적 만족과 영양 균형을 모두 고려하여, 나는 고기 섭취 횟수를 한 달에 두 번으로 제한했다. 이는 나에게 주는 최소한의 허용치이자, 과식을 막는 심리적 안전장치이다.
- 균형 식단 원칙: 고기를 먹은 날은 다음 끼니를 채소 위주로 구성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는 고기의 흡수를 돕고, 혈당 급상승을 막아주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상추, 깻잎, 브로콜리, 버섯 등을 삶은 사태살과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이 나의 건강 습관이다.
3.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는 식사 방식
사태살을 삶아 보리차와 함께 천천히 씹고 음미하는 식사는 내게 편안함과 포만감을 동시에 준다. 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내 몸을 돌보는 의식과도 같다. '건강한 고기 습관'은 단순히 음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식사를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일이었다. 고기의 '맛'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좋아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건강도 식습관도, 결국 꾸준함의 싸움
가끔 회사 회식 자리에서 구워지는 기름진 고기 앞에 앉을 때가 있다. 연기가 유혹할 때마다 '딱 한 점만...' 하는 마음이 찰나를 스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딱 한 점'이 가져올 며칠의 피로와 후회를. 그 한 점이 무너뜨릴 그동안의 꾸준한 노력을.
나는 이제 대신 삶은 사태살로 챙겨 간다. 동료들이 묻는다.
"그게 맛있어?"
나는 웃으며 말한다.
"익숙해지면 괜찮아. 내 몸은 그걸 더 좋아하거든."
이것은 절대로 맛있는 음식을 포기한 체념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기로 한 능동적인 선택이다. 내 몸을 위한 길을 찾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꾸준함의 결과다. 건강한 식습관은 평생의 과제이며, 나 자신과의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당뇨와 고지혈증이라는 이름의 만성 질환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더 신중하고 현명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찾은 이 '사태살 수육'처럼,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나만의 건강한 발자취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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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の一言 (오늘의 한마디)
유혹은 강하지만, 지속적인 건강 습관에서 오는 평온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몸이 기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자기 관리이다.
🚨 면책 안내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의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질환 여부 및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식단 기준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뇨나 고지혈증 환자는 식단 조정 및 새로운 식재료 섭취 전 반드시 담당 의사 및 영양 전문가와 상담하시어 개인 맞춤형 지침을 따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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