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 건강 에세이
“자정의 식사는 단순한 허기가 아니다. 깨진 생체 리듬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의식이다.”
하루의 마지막이자 가장 예민한 첫 식사
시계는 자정을 막 넘겼다. 식사 알림 종소리에 하던 걸 멈추고 주위를 돌아본다.
공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조금씩 번져 있다.
누군가는 커피를, 누군가는 컵라면을 들고 자리를 지킨다.
그 시간, 나는 조용히 식판을 받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양배추 샐러드에 유자 드레싱 약간. 동태 조림, 된장국, 김치, 물만두 몇 개가 전부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 조합이 오늘 밤 내 몸을 지켜줄 나만의 ‘전략’이다. 남들이 야식이라 부르는 이 한 끼. 내게는 깨진 24시간 리듬 속 하루의 중심을 잡는 일이다.
야간 근무자는 밤에 위장 운동도 느려진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를 방해하고 당분과 염분은 다음 날의 피로와 부종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나는 2주에 한 주씩 야간 근무를 경험한다. 자정 식사는 단순한 포만이 아니다. 다음 날의 나를 돌보는 자기 관리의 리듬을 세우는 일이다.
밤의 노동이 가져온 생체 리듬의 침묵
밤에 일하면 몸의 시계가 멈춘다. 온몸이 혼란을 겪는 기분이다.
멜라토닌과 코르티솔, 모든 호르몬 분비가 뒤엉킨다. 낮과 밤이 뒤바뀐다.
가장 힘든 것은 판단의 흐려짐이다. 피로가 쌓일수록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래서 자정의 식사 메뉴를 볼 때 나는 감정보다 이성을 먼저 꺼낸다.
식판 위의 음식을 그저 칼로리가 아닌, '내일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분석한다. 야간 근무의 피로는 단순히 잠을 자면 회복되는 문제가 아니다.
먹는 것부터 시작되는 무너진 리듬을 붙잡아야 한다. 식단은 곧 생체 시계의 앵커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것이다.
첫 한입의 감각 — 양배추와 유자 드레싱이 주는 냉철함

나는 샐러드를 먼저 집었다.
아삭한 양배추가 입 안을 깨운다. 씹으면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단물에 즐거움을 느낀다. 유자의 상큼한 향이 잠시 머리를 맑게 한다. 달콤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의도적으로 드레싱을 소량만 사용했다. 집에서 먹는다면 오일 베이스의 저당 드레싱을 택하겠지만.
작은 한 숟가락의 달콤함. 자정의 혈당에는 생각보다 큰 파동을 남긴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잠시 각성하는 듯하다가, 근무 중반에 더 큰 무기력으로 돌아온다. 많은 사람이 샐러드를 건강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판 드레싱에 숨겨진 당 함량은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샐러드용 드레싱의 당 함량은 일반 간식 수준으로 높습니다. 무의식적 섭취는 야간 혈당을 급격히 높였다가 떨어뜨려, 수면 장애와 피로를 유발합니다."
— 대한영양사협회, 영양학회지 (2022년 6월호 인용)
나는 향만 남기고 당은 줄이는 '저당 전략'을 택한다. 밤의 식사는 '맛의 만족' 대신, '몸의 균형'을 택해야 하는 냉철한 선택의 연속이다.
💡 나만의 샐러드 전략(집에서): 대체 팁
* 드레싱 대안: 레몬즙이나 아주 소량의 발사믹 식초를 사용한다. 아니면 올리브오일. 당과 나트륨 부담 없이 상큼함을 즐길 수 있다.
* 소화가 어렵다면: 생채소 대신 데친 양배추나 숙주나물처럼 익힌 채소를 선택한다. 밤의 소화 기능을 돕는다. 익힌 채소는 소화 효소의 부담을 줄여준다.
동태 조림 — 저지방 단백질이 주는 든든함

오늘 메뉴 중 가장 고마운 건 동태 조림이다.
간은 약했고, 양념도 심심했다. 양념이 묽어서 좋았다. 그 덕분에 밤에도 부담 없이 속을 채울 수 있었다.
야간 근무자는 불규칙한 생활로 단백질 대사가 떨어지기 쉽다. 피로 누적이 더 빠르다. 단백질은 깨진 리듬 속에서 근육 손실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방어막이다. 동태 같은 흰 살 생선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느리게 움직이는 밤의 위장에도 부담을 덜어준다.
"저지방 어류 섭취는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여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춥니다. 동태 100g에는 약 20g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야간 근무자의 피로를 막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 미국심장협회(AHA), Circulation Journal (2021년 3월호 인용)
이 한 조각이 단순한 반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나는 이 단백질을 통해 깨진 몸의 리듬을 다시 세우려 노력한다. '몸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맛보다 중요하다. 만약 튀김이나 전 형태였다면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 조리 방법 하나가 밤의 건강을 완전히 바꾼다.
💡 단백질 대체 팁
* 소화가 쉬운 대안: 조림이나 구이 형태가 부담될 경우, 두부 부침(기름 소량), 삶은 달걀, 저지방 우유 등을 활용한다. 양질의 저지방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단, 밤늦은 시간에는 너무 차가운 우유는 피하는 것이 좋다.
된장국과 김치 — 익숙함 속에서 나를 지키는 규칙

된장국의 구수한 향은 언제나 안심을 준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나트륨 함정이 있다.
된장국 1큰술에는 나트륨이 800mg가량 있다. 김치 100g당 1200mg에 이른다. 활동량이 적은 자정 식사 후에는 나트륨 배출이 현저히 느려진다. 그 결과는 다음 날 아침의 극심한 부종으로 돌아온다. 장기적으로는 혈압 상승 위험도 있다. 그래서 난 국물은 한 숟가락만 먹고 만다.
"나트륨을 하루 권장량(2000mg) 이하로 줄이면 혈압이 평균 5~6mmHg 낮아집니다. 특히 밤에 섭취하는 고염식은 다음 날의 부종과 대사 질환에 악영향을 줍니다."
— 세계보건기구(WHO), Sodium Reduction Guidelines (2021년 인용)
짠맛은 밤의 갈증을 부르고, 다시 물을 많이 마시게 한다. 결국 수면 중 화장실을 가게 만들어 잠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 악순환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김치 한 젓가락, 된장국은 건더기 위주로 두 숟가락에서 멈췄다. 익숙한 맛에 대한 욕구를 '그만'이라는 말 하나로 제어한다. 이것이 내 몸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규칙이 된다.
물 한 모금, 커피 한 잔의 숨겨진 전략

자정 식사 후 사람들은 다시 커피를 찾는다. 혹은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다.
졸음을 쫓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 각성은 대가를 치른다.
오후 10시 이후의 카페인 섭취는 퇴근 후 수면을 방해한다. 잠이 들더라도 깊은 수면을 취하기 어렵다. 다음 날 아침의 두통과 무기력은 이 밤의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10시 이후에는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만 마시려고 노력한다.
물은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또한 위장 운동을 부드럽게 유지한다.
너무 찬 물은 밤의 위장에 자극을 준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 물 한 모금이 밤 근무 중의 긴장을 풀고 다음 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돕는다.
물만두 — 맛보다 '리듬'이 주는 휴식

마지막은 물만두였다.
솔직히 맛은 없었다. 특히나 만두피가. 하지만 천천히 씹는 그 순간순간이 마음을 안정시켰다.
야간 근무 중에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급하게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 쉽다. 자정의 식사는 허기보다 '리듬을 되찾는 문제'다.
"식사 속도를 늦추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가 늘어나 과식이 줄어듭니다. 이는 불규칙한 식사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체중 증가와 대사 질환 위험을 낮춥니다."
— 도쿄대 의과대학, Nutrients (2020년 11월호 인용)
한입 한입을 천천히 넘길 때, 몸은 '지금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피로가 조금 풀린다. 머릿속의 긴장도 느슨해진다. 식사에 15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포만감이 아니다. 자정의 식탁에서 얻는 귀중한 휴식 시간이다.
💡 식사 후 전략: 소화 시간 확보
* 수면 전 소화 시간: 야간 근무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최소 2~3시간의 소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위장관의 부담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 가벼운 이완: 식사 후 격렬한 활동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소화와 수면에 모두 도움이 된다.
자정의 유혹, 실패했던 밤의 기억
누구나 실수는 한다. 나도 그랬다.
가장 피곤했던 어느 밤. 나는 식당 메뉴 대신 편의점의 뜨거운 컵라면과 매콤한 떡볶이를 택했다. 순간의 위안은 컸다. 국물 한 모금의 짜릿함이 피로를 씻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새벽 2시, 갑자기 속이 쓰려왔다. 위산 역류로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고염분과 고지방은 소화가 느린 밤의 위장을 그대로 공격한다. 남은 근무 시간 내내 속이 불편했다. 퇴근 후 잠자리에 들었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여러 번 깨게 된다. 몸은 부어있고, 머리는 둔했다. 그날의 컵라면은 단돈 몇 천 원의 행복이 아닌, 다음 날 컨디션 전체를 무너뜨린 독약이었다.
그 경험 후, 나는 자정 식사를 '쾌락'이 아닌 '규칙'으로 대하기로 결심했다. 이 쓰라린 실패의 기억이 지금의 나의 '선택 없는 전략'을 만들었다.
오늘도 규칙을 지켰다는 만족감

식사를 마치고 나면 시계는 12시 30분을 가리킨다. 남은 근무는 아직 길다. 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오늘 나는 소금과 당을 줄였고, 단백질로 채웠다. 나는 나의 깨진 생체 리듬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었다. 그게 나만의 ‘야식 전략’이었다. 야간에 일하고 자정에 먹는 식사라도, 원칙을 세우면 그것은 건강한 한 끼가 된다.
자기 관리의 리듬을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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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자정의 식탁, 늦은 밤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질서.”
면책 안내
본 글은 일반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식단과 필요 영양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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