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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오늘도 나는 배우며 산다 — 젖은 신발의 교훈

🌸 《다식 다음, 다뇨》 Ep.7

아침 출근 전, 거울 속 내 얼굴이 유난히 낯설었다.
며칠 전부터 건조하고 따갑던 피부가
밤사이 더 푸석해진 느낌이었다.

“왜 이렇게 거칠어졌지?”
거울을 보며 손끝으로 볼을 만지자
까슬까슬한 감촉이 느껴졌다.

알레르기 발생 처방 받은 로션


그때 문득 서랍 속에 있던 알레르기용 로션이 떠올랐다.
예전에 피부과에서 처방받았던 약,
며칠만 발라도 금세 진정됐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때도 괜찮았으니까 오늘도 괜찮겠지.”
그렇게 망설임 없이 얼굴에 한 겹 바르고 말았다.

바르자마자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따가움도 사라지는 듯했다.
순간, “역시 이게 효과가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잠시 후 거울을 보니, 얼굴은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부드럽다 느꼈던 건
피부의 신호가 아닌, 약이 감각을 잠시 마비시킨 착각이었다.

“스테로이드계 로션(예: 데소나이드, 데스오웬)은
일시적으로 염증과 가려움을 완화하지만,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얼굴에 사용할 경우
피부 장벽 약화·모세혈관 확장·홍조·의존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얼굴은 피부층이 얇아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단기간, 의사 지시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대한피부과학회 / U.S. FDA Dermatologic Safety Report (2023)



그날 아침, 나는 알게 되었다.
“피부가 괜찮아진 것 같았다”는 건 잠깐의 착각이었고,
사실은 약이 잠시 증상을 눌러준 것뿐이었다.

한순간의 안도감 뒤엔,
피부가 더 민감해지는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깝다고, 남았다고,
“괜히 버리긴 아깝잖아” 하며 발랐던 그 로션이
오히려 내 피부를 더 버릴 수도 있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배웠다.

그리고 결심했다.
절대 아깝다고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걸.
과감히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 출근길, 그리고 젖은 신발

 


출근 준비를 서두르다 보니 비가 오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서서
하천 옆 지름길을 택했다.

‘다리 밑 길로 가면 5분은 단축되겠지.’
하지만 예상보다 물이 불어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냥 걸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고,
마지막 구간 얕을 줄 알았던 그 물길이 신발 위를 티고 넘는 순간,
신발은 물론이고 바지 종아리 까지 스며들었다.

양말과 바지, 그리고 마음까지 축축하게 젖었다.

정류장에 도착해서는
젖은 양말을 벗어 손으로 짜서
다시 그대로 신을 수밖에 없었다.
준비한 여벌이 없었으니까.

그때 깨달았다.
눈앞의 편리함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걸.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안전한 길이 결국 옳은 길라는 걸 말이다.


비가와 수위가 올라가 하천

 

🌿 그 짧은 출근길에서 배운 두 가지


그날 아침의 짧은 여정 속에서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약은 남았다고 다시 바를 게 아니라는 것.
다른 하나는, 편리함이 항상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

피부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기다리더라도
결국은 천천히 가는 게 덜 상처받는 길이라는 걸.

젖은 신발이 불편했지만,
그보다 더 뚜렷하게 남은 건 ‘신중함’이었다.
오늘의 시행착오가
나에게 남긴 건 젖은 신발이 아니라,
조금 더 신중해진 마음이었다.

 

🍱 자정의 식사, 그리고 나트륨의 함정


어찌저찌 해서 일하다 보니 벌써 식사 시간이다
메뉴을 보지 않고 기대하며 식당으로 향했지만 오늘도 별로 였다

식판 위에 양배추 썰어 놓은 것,
정체 모를 달콤한 드레싱,
떡볶이 조금,
돼지고기 장조림,
미역줄기 무침,
그리고 콩나물국 한 그릇.

이제 1/3 시점 맞는 식사치곤 무겁다.
한 숟가락 떠서 맛보니
드레싱은 지나치게 달고,
미역줄기는 짰다.
결국 숟가락을 도로 내려놓았다.

그래도 장조림은 그나마 싱거워
밥과 함께 꼭꼭 씹어 삼켰다.

식판에 담은 야식

 

“나트륨 과잉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혈압 상승 및 혈관 손상을 유발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mg 이하이며,
이는 식염 약 5g(티스푼 1개 수준)에 해당합니다.”

— 대한당뇨병학회 / World Health Organization, Sodium Intake and Health Report (2023)



식사를 하며 생각했다.
‘짜지 않게, 달지 않게, 천천히 먹자.’
이 단순한 문장이 요즘 내 하루의 원칙이 되었다.

식사는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몸과 대화하는 시간이라는 걸
당뇨를 겪으며 깨닫게 됐다.

그 한 숟가락의 속도와 습관이
결국 나를 만든다.



🌧 비 오는 하루가 남긴 것들


오늘 하루는 이상하게도
작은 실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피부에 바른 약,
젖은 신발,
그리고 짠 식사.

그 모든 게 나를 순간의 선택이 빚어낸 결과이다.

피부는 다시 회복될 테고,
젖은 신발은 마를 테고,
짠 음식은 내일 조금 더 줄이면 된다.

그게 삶의 리듬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조금씩 조율하며 나아가는 과정.


어제와 다른 하천

 


 

☕ 오늘의 한 줄

“급히 가면 미끄러지고,
남은 약은 독이 되며,
짠 음식은 단맛보다 더 깊이 몸을 흔든다.”


그 모든 걸 지나야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간다.



☁️ Ep.7 — 비 오는 아침, 젖은 신발과 마음 한켠의 깨달음
피부에 남은 약, 젖은 신발, 그리고 짠 식사가 알려준 것들.
조금 돌아가더라도, 천천히 가는 길이 결국은 나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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