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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청소의 결, 그리고 일의 리듬

🌸 《다식 다음, 다뇨》 Ep.8

 
저녁, 통근버스까지 걸어가는 길.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공기가 유난히 맑았다.
하늘은 깨끗하게 씻긴 듯 투명했고,
하천엔 빗물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조금 쌀쌀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가을 자켓을 꺼내 입었지만,
막상 걷기 시작하니 금세 후끈했다.
습기 섞인 가을의 열기,
마치 여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멀리서 다가오는 통근버스를 바라봤다.
산산히 스치는 가을 바람 속에서
습관처럼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본다.
어제의 비가 씻어낸 세상은 조금 더 깨끗해 보였다.

비 내린 다음날 저녁 다리 밑 풍경

 


🪞 느리게 깨어나는 저녁, 그리고 일터

회사에 도착하니 공기부터 달랐다.
늘 부산하던 현장인데, 오늘은 어쩐지 고요했다.
“오늘은 뭐하지?”
창고를 둘러봐도 재고가 거의 없었다.
하루의 시작이 느슨할 때, 그 안엔 묘한 긴장감이 숨어 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오늘은 청소하는 날이에요.”
그 한마디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이번 주는 야간 청소 주였다.
우리는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데,
1년 단위로 청소 담당이 교체된다.
올해까진 우리가, 내년부터는 반대조가 맡는다.


🍱 야식, 기대 없는 식사 속의 작은 질서

회사 야식 돈까스 부대찌개 브로콜리 양배추 샐러드 김치 몇조각

 

식사 시간.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그렇듯
기대 반, 체념 반이다.
오늘의 메뉴는 돈까스, 생양파, 데친 브로콜리,
양배추 샐러드, 김치 몇 조각, 그리고 부대찌개.
흰쌀밥은 1/3 공기만 담았다.
“오늘도 꽝이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샐러드부터 먹었다.
그다음 브로콜리, 돈까스, 밥 순서로.
부대찌개는 한 숟가락만 먹었다.
예전엔 순서 따윈 신경 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어떻게 먹느냐’가 몸의 리듬을 바꾼다는 걸 안다.

“채소나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면
식후 혈당 상승 속도가 완화되고,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반대로 밥이나 탄수화물을 먼저 먹을 경우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인슐린 분비 부담이 커집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NHIS) / Journal of Nutrition & Metabolism (2022)

 
하루 세 끼 중 가장 단순한 한 끼였지만,
그 안에서도 배울 건 있었다.
음식에도 질서가 있고,
그 질서를 지키면 몸이 편안해진다.
먹는 순서 하나에도 마음의 리듬이 있다.


🧹 청소의 시간, 사람의 결이 드러나는 순간

오후 5시 반, 청소가 시작되었다.
야간 청소는 늘 쉽지 않다.
기계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고,
바닥엔 기름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처음엔 다들 분주하다.
청소 도구를 챙기고,
물걸레를 나누고,
누가 어디부터 맡을지 조율한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사람의 결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청소하고 있다”는 티를 낸다.
걸레를 크게 흔들고, 양동이 물을 일부러 세게 붓는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나가면 늘 물자국과 발자국이 남는다.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닦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물기도, 흔적도 없다.
그 사람은 “청소한다”는 티가 안 난다.
하지만 가장 깨끗하게 끝낸다.

바닦을 손걸레로 닦고 있는 모습

 


🌧 보이지 않는 일을 잘한다는 것

청소 중간, 잠시 쉬며 바닥을 바라봤다.
겉으로는 변한 게 없지만,
공기만큼은 달라졌다.
그건 청소를 함께한 사람들만이 아는 변화다.
결국 그 결이, 사람의 결과 닮아 있었다.
티를 내는 사람일수록
작은 실수엔 예민하고, 결과보다 과정에 집착한다.
반면, 조용한 사람은 결과로 말한다.
말보다 손이 빠르고, 불평보다 행동이 앞선다.
‘일’이라는 건 결국 비슷하다.
보이지 않아도, 티 나지 않아도
묵묵히 하는 사람이 결국 빛난다.


🌿 청소의 리듬, 삶의 리듬

청소를 하다 보면 묘한 평화가 생긴다.
걸레질의 반복적인 리듬이
하루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 준다.
‘일’이 아니라 ‘명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오늘 깨달았다.
삶의 청소도 비슷하다는 걸.
한 번에 다 닦을 순 없지만,
조금씩, 매일, 꾸준히 닦아내면
언젠가 반짝이는 순간이 온다는 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압 상승, 혈당 불균형,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챙김(Mindfulness)’과 같은 단순한 루틴—
예를 들어 반복적인 청소나 정돈, 명상적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Stress Management Review (2023) /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몸이 피로할 때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마음이 피로할 때는 ‘단순한 반복’이 약이 된다.”
— 한국정신의학회 스트레스 연구팀


🍵 하루의 끝, 깨끗해진 마음

청소를 마치고 현장을 나서는데,
바닥은 여전히 낡고 거칠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벼웠다.
이게 아마 ‘리셋’이라는 느낌일 것이다.
비록 재고도 없고, 식사도 별로였고,
청소는 유난히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내 마음은 한결 맑아졌다.
오늘의 결론은 단순하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걸 다듬는 일,
그게 진짜 일의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곧 삶의 태도라는 것.

 


💧 Ep.8 — 청소의 결, 그리고 일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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