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의 피로와 통증 끝에, 친구의 집들이에서 우연히 찾은 회복의 순간.
팔봉이와 불빛, 그리고 한 잔의 술 사이에서 깨달은 ‘진짜 휴식’의 의미.
수면의 질, 피로, 직장인의 건강을 담은 감성 건강 에세이.”
발자취 | 건강 에세이
1️⃣ 집들이, 혹은 또 다른 하루의 연장선
오후 3시에 친구 집들이가 있었다.
전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늦은 아침을 대충 씻고 12시에 그대로 잠에 들었다.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떴지만, 머리가 무겁다.
요즘 내 수면 시간은 평균 4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면 가장 먼저 올라가는 게 있다.
혈당이다.
‘오늘은 마시면 안 되는데…’
그 생각이 머리 한구석에 걸려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세수만 하고, 옷을 걸치고,
집 밖을 나섰다.
모임 멤버 중 한 명이 차를 끌고 와 같이 가기로 했다.
차 안에서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다.
누군가는 직장 이야기를,
누군가는 요즘 날씨를 탓했다.
나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았다.
논과 밭, 공장 지대를 지나 산속 길로 접어들 때
조금 불안해졌다.
그곳엔 편의점 하나, 병원 하나 없었다.
"이야, 여기가 바로 전원생활이지."
누군가의 말에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지만,
솔직히 전원은 내게 낭만보다 불편이었다.
벌레의 습격, 뱀, 멧돼지, 고라니,
그리고 병원 하나 없는 그 고립감.
차량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나는 그저 손님일 뿐이었다.
2️⃣ 팔봉이의 등장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긴 건 팔봉이.
팔봉산의 이름을 딴 진돗개였다.
누렇고 단단한 몸집에
눈빛은 어딘가 사람 같았다.
"팔봉아, 인사해~ 손님이야."
친구의 말에 꼬리를 흔들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묘하게 낯설지 않았다.
집 안엔 이미 몇몇이 와 있었다.
상에는 회, 치킨, 고기, 각종 반찬들이 차려져 있었다.
평소라면 조심했을 음식들,
하지만 오늘은 다들 한잔씩 기울이며
그저 일상과 피로를 녹이는 중이었다.
술은 늘 그렇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그 말로 시작해 결국 빈 잔만 남는다.
3️⃣ 팔봉이와 나트륨의 유혹

팔봉이는 계속 식탁 주변을 맴돌았다.
고기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녀석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앉았다.
그 눈빛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조금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닭 살코기 한 점을 찢어 내밀었다.
밀가루 튀김 부위는 떼고.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쳤던 말 한 줄.
“개의 나트륨 섭취는 사람보다 훨씬 위험하며,
지속될 경우 신장 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한국수의영양학회, 2021, 「반려동물 나트륨 섭취 지침」
나트륨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같은 적이다.
우리 모두 조금씩 짠맛에 길들여져 있을 뿐.
팔봉이는 내 손에서 살코기를 받아먹더니
꼬리를 흔들며 한 바퀴 돌았다.
그 단순한 행동이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4️⃣ 피로, 그리고 진정의 순간

회와 치킨이 사라지고
이젠 화덕 위에 돼지고기가 올랐다.
고기를 굽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
불 앞에서 구워지는 고기를 보며
나는 그냥 앉아 불멍을 했다.
불빛이 고기를 비추고
그 기름이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
그 단조로운 반복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했다.
하지만 몸은 이미 한계였다.
3개월 넘게 누적된 피로가 그리고 오늘 두 시간 잠
여기서도 나를 짓눌렀다.
잠이 밀려왔고, 결국 기억이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팔봉이가 내 옆에서 몸을 말고
눈을 반쯤 감고 있던 모습이었다.
그 따뜻한 숨결에
나도 같이 잠들어 버렸다.
5️⃣ 밤, 그리고 반전

눈을 떴을 때, 이미 온 세상이 어둠으로 감싸 안아.
나는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머리는 멍 술기운으로 전신이 무기력하다.
술을 마셨는데 두통이 없었다.
잠깐 꾸벅 잠든 것 때문인지 몸이 가벼웠다.
마치 며칠간의 피로가 사라진 듯했다.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야, 너 어제 불멍 하다가 그대로 잠들었어.
고기도 못 먹고, 그냥 스르르.”
그제야 생각났다.
그 불빛, 팔봉이의 숨결, 그리고 깊은 잠.
“수면의 질은 시간보다 회복의 강도에 달려 있다.
단 한 번의 깊은 수면이 3시간의 얕은 잠보다 회복 효과가 크다.”
— 미국수면의학회(AASM), 2021, 「Restorative Sleep and Body Recovery」
어쩌면 나는 그날,
진짜 ‘휴식’을 했는지도 모른다.
강제로라도, 내 몸이 나를 멈춰 세운 것이다.
6️⃣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 안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이 조용히 흘러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잠이 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피로를 당연하게 여겼을까.”
우리는 늘 참는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마음이 무너지는 걸 ‘의지 부족’이라 부르고.
하지만 팔봉이처럼,
조용히 옆에 앉아 눈을 감아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게 치유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집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야간 10시.
오자마자 그냥 옷만 벗고 바로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은 피곤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몸이 편했다.
어쩌면, 어제의 불멍과 팔봉이가
내게 준 가장 조용한 처방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락 고맙다, 네이버! 누락 덕분에, 다시 쓰는 나
이젠 홈 주제를 바꿔도,너는 날 거절한다.색인은 멈췄고,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어느 날부턴가내 글은 ‘보이지 않는 글’이 되어버렸다.한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통계를 들여다보던 내가이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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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한마디
“회복은 병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불빛 아래, 한 마리 개의 숨결 옆에서도 일어난다.”
⚖️ 면책 안내
이 글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건강 수필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피로·통증·수면 문제는 전문가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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