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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관리

차가운 아침, 당뇨와의 하루: 겨울의 문턱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

발자취 | 건강 에세이

차가운 아침, 당뇨인이 겪는 식곤증과 겨울철 혈당 변동성을 에세이로 풀고, 인슐린 저항성 극복을 위한 햇빛의 중요성과 당뇨 관리의 조율의 미학을 이야기합니다.

《다식 다음, 다뇨》 Ep.15


배터리가 방전된 하루: ‘식곤증’이 아닌 ‘혈당성 피로’


어제는 유난히 졸렸다. 밥을 먹고 나면 머리가 무겁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다. 아무리 일어나 걸어도, 세수해도, 차가운 물을 마셔도 그 피로가 가시질 않았다. 배터리가 다 닳은 기계처럼, 몸이 멈춰버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 내 몸의 전원 플러그를 뽑아버린 것처럼, 온몸의 에너지가 일시에 소진되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이 식후의 나른함을 그저 '식곤증'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당뇨를 겪으며 알게 된 것은, 이런 날의 급격한 피로는 단순한 나른함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내 몸의 혈당 스파이크와 그에 대한 과도한 인슐린 반응이 만들어낸 역작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난 뒤 혈당이 치솟는 것 같으면, 내 몸의 췌장이 혈당을 내리려고 인슐린을 '과하게' 쏟아내는 기분이 든다. 그 결과 인슐린이 혈당을 너무 많이 끌어내리면서, 일시적으로 저혈당처럼 심한 나른함이 오거나, 적어도 뇌가 쓸 포도당이 잠시 부족해져 불균형을 겪는 게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은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며, 이는 반응성 저혈당 또는 저혈당성 졸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혈당 조절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뇌의 에너지 효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영양학 연구팀, 2021년 7월 12일 기고문 중

몸이 혈당을 맞추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정작 사고하고 활동해야 할 뇌로 가는 연료는 줄어드는 것일까? 그래서 요즘은 '먹은 뒤의 피로'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단순한 나른함이 아니라, 몸이 '지금 위험해'라고 보내는 가장 명확한 신호일 것이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 습관적인 낮잠으로 이어지면, 밤의 수면 리듬까지 깨져 다음 날의 혈당 조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는것 같다.
 

혈당 스파이크: 단순한 졸음이 아닌, 4가지 장기적 위험 신호

 

No. 1

인슐린 저항성 & 제2형 당뇨병

반복적인 인슐린 과분비가 세포를 둔감하게 만들어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췌장이 지치는 과정입니다.

No. 2

심혈관 질환 (혈관 손상)

급격한 혈당 변동이 혈관을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대량 생성합니다.

(일본 국립순환기병연구센터: 식후 혈당 급상승은 심혈관질환 위험과 직결)
No. 3

인지 기능 저하 & 치매

과도한 인슐린이 뇌 속 인슐린 분해효소를 소모시켜,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막지 못할 수 있습니다.

No. 4

저혈당 위험 신호

낮 동안의 심한 졸음과 피로는 단순한 식곤증이 아닙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이는 실제 저혈당 발생 위험과 관련이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영국 에든버러 왕립의료원 연구)

아침 세 번의 경고: 겨울 문턱, 당뇨인의 새로운 전쟁


오늘 아침, 기상 알람이 세 번이나 울렸다. 매번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어제보다 온도가 뚝 떨어진 탓일까, 몸이 이불 밖으로 나가기를 강력히 거부했다. 마치 무거운 돌덩이가 몸을 누르는 듯했다.
겨울이 다가온다는 건, 당뇨인에게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온이 떨어지면 몸이 차가워지고, 손끝부터 서서히 긴장이 느껴진다. 이럴 땐 몸이 스스로 열을 내기 위해 에너지를 더 쓰는 것 같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추운 날씨에 몸이 쉽게 피로해지고 혈당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카테콜아민)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인슐린의 작용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특히 추위는 인슐린의 작용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는 기온이 낮은 계절에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혈당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추위로 인한 교감신경계 활성화와 더불어, 신체 활동량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대한당뇨병학회 기고문, 2023년 12월 15일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연구팀)

그래서 겨울철엔 따뜻한 실내에서도 손발이 차고, 사소한 피로에도 쉽게 몸이 무너지는것 같다. 오늘처럼, 눈을 세 번 뜨고도 겨우 하루를 시작할 만큼. 따뜻한 이불 속에서 벗어나기 싫은 그 마음이 사실은, 체온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몸이 보내는 SOS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움직이면, 몸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고 혈당 조절은 더욱 어려워진 탓일지 모른다.

추운 날, 몸이 먼저 말을 건다: 조율의 미학

밖은 차가운 바람이 분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공기만으로도 몸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날일수록, 마음은 느려지고 사색이 깊어진다. 이불 속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당뇨는 단순히 음식과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계절과 리듬의 조화를 맞추는 일 같다.
봄에는 움츠러든 몸을 깨우기 위해 식단을 정리하고, 여름엔 과도한 땀과 갈증 속에서 수분을 챙기고, 가을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다잡고, 겨울엔 내 몸의 온기를 지키는 것. 이 모든 것이 당뇨 관리를 위한 하나의 조율 과정이다.
밖에 나가기 싫은 마음도 이해하지만, 겨울의 당뇨 관리에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작은 행동이 있다. 바로 햇빛을 조금이라도 쬐는 것이다.
햇빛을 쬐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기분도 조금 풀리고, 손끝의 냉기도 덜한 것 같다. 이 느낌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햇빛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비타민 D는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겨울철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비타민 D 수치가 낮아지면 당뇨병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루 15분 이상의 햇빛 노출이 권장됩니다.”
— 미국 임상내분비학회(AACE) 저널 보고서, 2022년 4월 20일 게재 논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햇살 아래 잠깐 서 있는 그 시간만큼은 몸이 스스로를 회복시키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듯하다. 이불 속에서 한탄만 하는 대신, 따뜻한 옷을 챙겨 입고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것이 오늘 나에게 필요한 작은 움직임이다.

차가운 공기가 주는 고통에 집중하기보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내 몸의 변화에 귀 기울이는 것. 당뇨는 절제가 아니라 조율이라 생각한다.
몸이 느린 날엔 마음도 같이 느려야 한다. 오늘은 서두르지 말고,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 내 몸의 온도를 먼저 데워야겠다.
외출 전,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천천히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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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가장 어려운 싸움은 나약한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몸이 주는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려는 마음과의 싸움이다. 귀 기울이는 자만이 건강의 승자가 된다.”
— 소크라테스 (Socrates), 고대 그리스 철학자

 

면책 안내

본 글은 개인적 경험과 의학적 참고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건강 에세이입니다. 치료나 처방의 목적이 아니며, 증상에 따라 전문의의 진료를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