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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관리

라면 대신 곤드레밥, 일상의 균형을 배우다

발자취 | 건강 에세이

“식탁 위의 한 끼가, 인생의 균형을 바꾸는 시작이 된다.”

《밥 한 그릇의 기억》 Ep.1



1️⃣ 식당의 문을 열며

점심시간.
사람들은 기대와 허기 사이에 서 있었다.
문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면 매대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회식 식당이라 메뉴에 기대했지만, 오늘의 현실은 ‘라면 끓이는 매대’였다.
라면은 일주일에 한 번만 먹기로 다짐한 터라 오늘은 패스.
대신 배식대 앞에 섰다.
된장국, 곤드레밥, 무생채, 마른김, 그리고 어딘가 기성식품 같은 반찬들.
김이 조미김이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나트륨은 나의 오랜 적이니까.
무생채를 밥 위에 올리고 김으로 감싸 한입 넣었다.
입안 가득 신맛이 퍼졌다. 식초를 너무 넣어 단무지 맛이 난다.
오늘은 그저 ‘꼭꼭 씹는 하루’가 되겠구나 싶었다.
맛은 없었지만, 어쩌면 그게 지금 내 삶의 리듬일지도 몰랐다 — 느리지만, 삼켜내는 것.



2️⃣ 블랙커피와 7년의 기억


식사를 마치고 정자에 앉아 블랙커피를 마셨다.
쓴맛이 먼저 오지만, 식으면 부드러워진다.
그게 마치 내 인생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든 건 7년 전부터였다.
그때 우리 집은 평범했다.
아버지는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당뇨 진단을 받으셨다.
나는 회사가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수면 부족과 과로 끝에, 어느 날 욕실에서 미끄러졌다.
세면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때부터였다. 우리 집의 ‘우환의 시간’이 시작된 건.
어머니는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셨다.
밥 대신 현미, 설탕 대신 스테비아, 운동도 하루 두 번.
그런데 작년, 갑자기 혈당이 300을 넘기며 쓰러지셨다.
검사 결과는 대장암 3기.
의사는 방광까지 전이되어 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의 눈빛은 꺼졌다.
“호스 연결하고 사느니 그냥 가는 게 낫지...”
그 한마디가 마음을 찢었다.
하지만 결국 수술은 진행됐다.
열 시간 넘게 이어진 싸움 끝에,
의사 선생님이 수술실 문을 열며 말했다.
“수술은 잘 됐습니다.”
그날 병원 복도에서 울음을 삼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어머니는 항암치료 중이다.
다음 달이면 다시 확인 판정을 받는다.
암이 당뇨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뇨 덕분에 암을 ‘빨리 발견했다’는 건 확실하다.
몸이 보낸 신호를 무시하지 않은 덕이었다.


3️⃣ 다시, 식탁 앞에서


오늘의 점심으로 돌아오자면 —
라면은 지나쳤고, 곤드레밥은 절반만 담았다.
무생채는 여전히 신맛이 강했지만, 나는 끝까지 다 먹었다.
먹는 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의지’였다.
밥 한 공기에도 철학이 있다.
무엇을 먹을지보다 ‘어떻게 먹을지’가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매일 오전 한 시간, 오후 한 시간씩 걷는다.
그 꾸준함이 삶을 붙잡아 주고 있다.
나는 출근 전, 블로그에 한 줄씩 글을 쓴다.
그게 나의 회복 루틴이다.
어쩌면 ‘건강’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무너진 리듬을 다시 세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식사는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이 한 끼가 내게 가르쳐준 건 단순했다.
“먹는 건 살아 있는 증거”라는 것.
단조로운 식판 위에도 삶의 의지가 있었다.
나는 다시 정자에서 커피를 들었다.
라면 냄새는 아직 멀리서 떠돌고 있었지만,
이제 그 향이 부럽지 않았다.
나는 내 리듬으로, 내 식사로, 내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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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맛있는 삶보다, 오래도록 씹을 수 있는 삶을 택하자.”

면책 안내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건강 에세이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의 대체 자료가 아니며,
구체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의의 상담을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