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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관리

두 알에서 한 알로! 메트포르민 단독 복용 성공과 나의 건강 관리 비결

발자취블로그 | 건강 에세이 

당뇨약 복합제(메트포르민, 테라립틴)에서 메트포르민 단일 성분으로 약을 줄인 초보 당뇨인의 감동 기록. 크바젯 1알과 함께 총 2알로 줄어든 나의 약 복용일지와 생활 습관 변화 과정을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1. 1년간의 싸움, 그리고 운명의 검진일

이전까지 복용하던 당뇨 및 고지혈증 약

그날 아침, 한미내과로 향하는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웠다. 가을 끝자락의 서늘한 공기가 나를 감쌌지만, 내 안의 긴장감은 그것보다 더 차가웠다. 오늘은 정기검진일, 지난 1년간 내가 쌓아 올린 노력이 숫자로 심판받는 날이었다.
복합제(메트포르민/테라립틴)를 처음 처방받았을 때가 생생하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 자신과의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 매일 아침 혈당을 재는 작은 바늘 자국은 내 손가락에 새겨진 작은 훈장 같았다. 병원 자동문이 열리고 익숙하게 채혈실 앞 혈당 기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피를 뽑았다. 나는 그 숫자를 애써 외면했다. 작은 숫자 하나에도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게 당뇨인의 숙명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진료 대기표를 들고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가 걱정과 희망이 공존하는 얼굴. 나는 간절히 두 손을 모았다.
마침내 진료실 문이 열리고,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선생님은 검사지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시더니, 내 긴장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짧게 한 마디 하셨다.

"좋네요. 혈당 수치도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복합제(메트포르민/테라립틴)를 드셨는데, 이제 테라립틴 성분은 빼고 메트포르민만 하루 한 알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의미는 나에게는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당뇨약을 구성하던 두 성분 중 하나가 완전히 빠졌다. 이것은 단순한 개수 감소를 넘어, 내 몸이 스스로 회복할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였다. 내가 지루하고 힘들게 이어온 식단 조절과 걷기 운동, 그 모든 순간이 쌓여 마침내 내 몸을 변화시킨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메트포르민 단독 처방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신 것이다. 실제로 메트포르민은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어 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로 강력히 권고된다. (출처: 대한당뇨병학회, 2023 당뇨병 진료지침 제8판)

당뇨 처방전


약을 줄인 비결은 라면과의 타협과 현실 식단 전략

 
1년 동안 내가 가장 치열하게 싸운 곳은 회사 식당퇴근길의 유혹이었다.
복합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탄수화물 제한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현실은 회사 식당이었다. 직원들에게 일일이 밥 종류를 요청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언제나 흰쌀밥이 나왔다. 식단 관리의 첫 번째 난관은 '선택권이 없는 흰쌀밥'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일단 흰쌀밥을 받되, 배식된 밥의 양을 절반 혹은 3분의 1로 과감하게 줄였다. 그리고 그 부족한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반찬과 샐러드의 양을 최대한 늘렸다. 밥이 줄어든 접시를 샐러드로 채웠고, 국물은 나트륨과 탄수화물의 농축액이라 생각해 아예 수저를 대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밥은 조금, 반찬은 많이'라는 철칙을 지켰다. 전문가들은 총 에너지 섭취량 내에서 탄수화물 비율을 줄이고 채소 및 단백질 비율을 높이는 것이 혈당 조절에 중요함을 강조한다. (출처: 미국당뇨병협회(ADA), 2024년 1월 표준 진료지침)

가장 힘들었던 것은 퇴근 후의 유혹, 바로 라면이었다. 꼬들꼬들한 면발, 얼큰한 국물, 김치 한 조각. 처음에는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문득 "먹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것도 결국 병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타협점을 찾았다. 일주일에 단 한 번, 토요일 저녁 6시, 라면을 허용하는 것. 대신 라면의 양을 3분의 2로 줄이고, 계란과 양배추 같은 섬유질을 잔뜩 넣어 먹었다.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절반의 만족감을 얻는 대신 폭식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생활 속의 작은 '치트키'와 '규칙'이 모여, 나는 12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극단적인 스트레스 없이 혈당을 꾸준히 관리해 나갈 수 있었다.

3. 감량의 기쁨과 남은 숙제: 크바젯과의 평생 약속

고지혈증약

의사 선생님의 최종 처방은 당뇨약 메트포르민 1알과 고지혈증 약 크바젯(Kvazet) 1알, 총 두 알이었다. 당뇨약의 성분이 줄어든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고지혈증 약인 크바젯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현실은 내게 '아직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장 같았다.
당뇨와 고지혈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콜레스테롤 수치는 혈당처럼 바로바로 반응하지 않아 더 끈기 있는 장기전이 필요하다. 메트포르민을 줄인 것이 나의 성과라면, 크바젯과의 동행은 내가 평생 짊어져야 할 숙제였다.

내가 이뤄낸 약물 감량은 **'강화된 생활 습관 중재(식이 및 운동)가 약물 치료보다 더 효과적으로 장기적인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 몸에서도 입증한 순간이었다. (출처: Diabetes Prevention Program (DPP) 연구, 2002년 N Engl J Med 발표)

다음 목표는 크바젯을 끊는 것이 아니라, 이 약을 먹는 동안이라도 식단과 운동을 더욱 철저히 하여 약물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고지혈증 관리 역시 당뇨 관리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병원을 나섰다.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줄어든 만큼, 내가 내 삶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이제는 약의 힘이 약해진 만큼, 나의 노력이라는 힘이 더 강해져야 한다.
줄어든 약의 개수만큼, 나는 내 삶의 통제권을 조금 더 되찾은 기분이다. 이 작은 성공을 발판 삼아, 나는 오늘도 나 자신과의 건강한 약속을 지키며 나의 하루를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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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두 알이 한 알로 줄어든 것은 기적이다. 이 기적이 다음에도 이어지도록, 오늘부터 다시 운동화를 끈을 묶는다.”

면책고지

본 글은 초보 블로거인 나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건강 에세이이며, 특정 약물 복용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절대 대체할 수 없으므로, 복용 약 변경이나 건강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당뇨 진단HbA1c ≥ 6.5%당뇨병으로 확진되어 치료가 시작되는 기준입니다.
단독 요법
(메트포르민 시작)
HbA1c ≥ 6.5%당뇨병 진단 직후이거나, 중등도 이하의 상태일 때 1차적으로 시작합니다.
2제 요법
(메트포르민 + DPP-4i 시작)
HbA1c ≥ 7.0%메트포르민 단독 요법을 2~4개월 이상 시도했음에도 HbA1c가 7.0% 이상으로 유지될 때 다른 기전의 약물(예: 테라립틴)을 추가합니다.
조기 2제 요법HbA1c ≥ 7.5%혈당 조절이 심각하게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경우, 처음부터 메트포르민을 포함한 2제 요법을 시작하여 빠르게 혈당을 낮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