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자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밤사이 내린 비는 멈추지 않고, 아직도 조용히 내리고 있다.
소리 없이, 하지만 꾸준히 내리는 가을비.
비는 언제나 그렇듯, 마음의 속도를 잠시 늦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창밖의 회색빛 하늘과 함께 방 안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에 몸과 마음이 잠시 감긴다.
눈을 살짝 감고 있으니,
비의 리듬과 음악의 박자가 묘하게 닮았다.

“비 소리(rainy sounds)는 백색 소음(white noise) 또는 반복적 자극과 함께 사용되었을 때
수면 유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특히 불면증 또는 수면 질이 낮은 그룹에서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 Possibility of Sleep Induction using Auditory Stimulation based on Mental States (2022)
어느새 졸음이 스며들었다.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짧은 낮잠이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진 건 오랜만이다.
비 오는 날의 낮잠은, 어쩌면 자연이 주는 가장 부드러운 휴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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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사과 한 조각의 위로
잠에서 깨어 샤워를 하고 나니 머리가 맑아진다.
오늘 점심은 특별한 메뉴 대신,
냉장고 속 사과 하나와 감 하나로 대신하기로 했다.
누군가 보면 “그게 점심이냐”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이 단출한 식사 속에 작은 다짐이 담겨 있다.
요즘 들어 식사 하나에도 신중해진다.
당뇨 진단 이후부터,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몸과 대화하는 시간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사과 껍질을 벗기며 문득 생각한다.
이 달콤함이 내 몸엔 어떤 영향을 줄까?
당분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단맛은 또 다른 에너지를 준다.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혈당을 다독이는 작은 약처럼 작용합니다.
풍부한 식이섬유(특히 펙틴)와 폴리페놀 성분이 식후 혈당의 급상승을 완화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껍질째 먹을 때 영양 흡수율이 더 높으며,
하루 1개 이내의 섭취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고되었습니다.”
— 대한당뇨병학회 / Harvard Health Publishing (2023)
감도 마찬가지다.
달콤하지만 은근한 떫은맛이 있어서인지,
천천히 꼭꼭 씹으면 오히려 포만감이 오래간다.
몇 번을 씹으며 느낀다 —
‘먹는다는 건 단순히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라,
자신을 다독이는 행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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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실, 그리고 골목 풍경
점심을 마치고 미용실로 향한다.
집 앞 길 모퉁이엔 얼마 전 새로 생긴 미용실이 하나 있다.
이 근처만 해도 이미 네 곳,
길 건너편에도 하나 더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아서 다들 괜찮을까?”
가위 소리 대신 현실의 무게가 들리는 듯했다.
슈퍼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파트 상가에 하나, 길 건너엔 편의점,
그 맞은편엔 또 다른 슈퍼.
누가 누구의 손님을 빼앗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를 끌어주는 구조도 아니다.
그저 정해진 인구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싸움이 이어질 뿐이다.
“진짜 살기 팍팍하다”는 말이
요즘은 그냥 인사처럼 들린다.
그래도 다들 문을 열고, 간판에 불을 켠다.
그 하루의 버팀 속에서 각자의 이유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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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처럼 피어나는 생각들
미용실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도 세월이 조금씩 쌓여 있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동안
유리창 밖의 빗줄기가 조금 굵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으려는 중이구나.’
미용실이든, 슈퍼든, 블로그든, 다 마찬가지다.
누구는 예쁘게 다듬어주고,
누구는 필요한 걸 채워주며,
그렇게 서로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그냥 이런 풍경을 지켜보며,
작은 연민과 응원의 마음을 품는다.
세상이 점점 팍팍해질수록,
이런 사소한 ‘오지랖’이 오히려 인간적인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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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저물기 전, 그리고 나의 자리
미용실을 나와 빗속을 걷는다.
가게 간판마다 묻은 빗방울이 반짝인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또 살아간다.
비가 내리면 세상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서도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머리를 자르고,
누군가는 과일을 먹으며 건강을 챙기고,
누군가는 오늘의 글 한 줄을 남긴다.
나는 그저, 그 평범한 하루 속에서
조금 더 ‘느리게’ 살아가기로 했다.
빗소리처럼 조용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사과 한 조각의 달콤함처럼,
삶도 그렇게 작고 단단하게 이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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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북어국 한 그릇의 위로
출근 시간이 다가와 바쁘게 저녁을 먹어본다.
해봐야 북어채를 살짝 불에 볶고,
맑은 물에 콩나물과 파를 넣은 아주 간단한 국.
하지만 여기에 계란 두 개를 풀었더니 완전 실패.
그래도 맛있게 꼭꼭 씹어 삼킨다.

“북어는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혈당을 급격히 높이지 않는 저지수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북어 속 아미노산과 타우린 성분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혈당 대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능은 동의보감에서도 ‘기운을 돋우고 피로를 푸는 어육’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현대 연구에서도 혈당 조절과 간 기능 회복에 긍정적인 작용을 보인 바 있습니다.”
— 한국영양학회지 / 동의보감 / Journal of Food Biochemistry (2021)
저녁을 마치고 문득 창밖을 본다.
아직도 비가 내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흘러간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나를 다독인다.
🌧 Ep.6 — 비 내리는 오후, 사과 한 조각과 북어국 한 그릇의 위로
비가 내리는 오후,
사과 한 조각과 따뜻한 국물로 마음을 덮는다.
단맛 대신 온기를 택한 하루가,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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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책 안내
본 글은 개인적인 체험과 감상을 담은 수필입니다.
건강 정보는 공신력 있는 연구 자료를 참고하였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 문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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