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식 다음, 다뇨》 Ep.10
“하루를 걷는다는 건 단순히 출근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배우는 시간이다.”
1️⃣ 오늘의 시작은 발에서부터
오늘 출근길은 험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새로 착용한 발 패드 덕분에 걷기가 훨씬 편했다.
며칠 전부터였다.
매일 걷다 보니 발바닥에 굳은살이 단단히 자리 잡았다.
그게 처음엔 고통보다 자부심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지.’
그런데 굳은살 위에 물집이 잡히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한 번 뜯어내면 또 생기고,
낫는 듯하면 다시 터지는 반복.
결국 걷는 게 고통이 되었다.
혹시나 싶어 여러 가지 깔창을 사봤다.
폭신한 것, 아치형, 쿠션형.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한두 시간 지나면 결국 같은 자리에
물집이 다시 생겼다.
바늘로 찔러보기도 했지만
그건 잠시뿐,
다음날이면 다시 부풀어 있었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전체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보호할 순 없을까?”
검색해보니 있었다.
발 앞꿈치 전용 패드.

크지 않은 고무젤 형태의 쿠션이었다.
그 길고 긴 고통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로 구매했다. 빨리 택배가 오길 기다렸다.
도착하자 마자 바로 맨발에 착용하니 바닥에 “착착” 달라붙는 소리.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발이 이전보다 확실히 편했다.
걷는 데 불편함이 줄자
그동안 신발 안에 넣었던 두꺼운 깔창도 제거했다.
첫날, 8시간 동안 큰 통증 없이 버틸 수 있었다.
‘드디어 찾았나 보다.’
그런데 이틀째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고통이 돌아왔다.
결국 3일간 발의 위치를 조금씩 조정했다.
조금 앞으로, 조금 옆으로.
그리고 드디어 찾아냈다.
굳은살 바로 앞 위치에 둘 때, 걷는 통증이 사라진다는 것.
그 작은 조정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해줬다.
종아리, 허벅지, 골반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그날은 덜 힘들었다.
“발바닥 굳은살이나 반복된 압박 부위의 통증은 체중 분포 불균형의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단순 마찰이 아닌, 체형과 하중 문제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 대한정형외과학회, 2022.
‘하지 피로와 족저 통증 관리 지침’
2️⃣ 몸이 편해지자, 마음이 피곤해졌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식사 시간.
그날따라 식단을 보고 실망했다.
밥 1/3 공기, 무생채, 만두 몇 개,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미역국.
그나마 기대한 건 무생채였다.
가을무 특유의 단맛이 있겠지 싶었지만
한입 먹자마자 실망이 밀려왔다.
무는 퍼석했고, 달지 않았다.
양념은 과했지만 맛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미역국만 먹을걸.’
미역국 한 숟가락.
비로소 입 안이 편안해졌다.
하나만이라도 제맛이 나는 것,
그게 오늘의 위로였다.

밥을 다 먹고 잠시 쉬었다.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봤다.
‘걷는 게 이토록 힘든데,
그래도 나는 아직 걷고 있다.’
누군가는 단순한 하루라 말하겠지만
그 하루를 견디는 일에는 늘 작은 싸움이 있었다.
그게 오늘은 굳은살과의 싸움이었고,
내일은 마음의 피로와의 싸움일 것이다.
아침이 오면 회사에선 식사 시간이 있다.
하지만 나는 밥보다
벤치에 앉아 글을 정리한다.
티스토리에 올릴 글,
지난밤의 생각,
그리고 내 몸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은 밥을 먹지만
나는 문장을 씹는다.
그게 내 하루의 리듬이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반.
씻고 앉아,
사과 하나, 감 하나로 식사를 끝낸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면
어느새 눈꺼풀이 무겁다.
몸이 스스로를 끌어안듯 잠으로 빠진다.

“지속적인 피로는 수면 부족보다는 수면의 질 저하,그리고 회복하지 못한 근육 피로의 누적과 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 미국수면의학회(AASM), 2021.
‘Chronic Fatigue and Restorative Sleep Report’
3️⃣ 발이 편해야 하루가 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매일 절뚝였다.
그때마다
“왜 나는 이렇게 약할까”
자책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건 약함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였다.
그저 무시하고 견디면
굳은살은 더 단단해지고,
그 굳은살 아래로 물집이 생기고,
결국 다시 무너진다.
몸도, 마음도 그렇다.
작은 균열을 그냥 넘기면
결국 큰 통증이 되어 돌아온다.
이제 나는 조금씩 배워간다.
“전체를 고치려 하기보다,
아픈 부분부터 달래야 한다는 걸.”
작은 패드 하나가 하루를 바꿨듯,
하루의 한 조각이 삶의 균형을 바꿀 수도 있다.

📌 오늘의 결론
몸이 보내는 신호는 늘 조용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엔 경고가 있다.
오늘 나의 발이,
내일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걷는다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그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고통이 있어도, 절뚝거려도,
나는 여전히 걷고 있다.
☕ 오늘의 한 줄
“고통이 사라져야 회복이 아니라, 고통을 알아차릴 때부터 회복은 시작된다.”
⚖️ 면책 안내
본 글은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한 건강 수필입니다.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으며,
지속되는 통증이나 불편이 있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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